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에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간
증산 전쟁이 더해지면서
미국 셰일오일·가스산업의 생존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셰일 에너지를 전략 무기 삼아
글로벌 정치·외교·안보지형을 바꾸려던
미국의 야심도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셰일 에너지를 기반으로 미 제조업을 부흥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예상되자
3일 에너지산업 분야 CEO들을 만나 지원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1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미국 셰일가스 업체 ‘화이팅 페트롤리엄(Whiting Petroleum)’이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화이팅사는 채권자들과 22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대신 자산 대부분을 양도하는 데도 합의했습니다.
미국 노스다코타주 바켄 지역에서
최대 셰일오일·가스생산업체였던 화이팅사는
경영난으로 2014년 110억 달러에 달했던
시가총액이 올해 3월 22일 기준 6200만 달러까지 줄어든 상태입니다.
2015년 국제유가 폭락 이후 휘청이기 시작한
이 업체는 올 들어 원유 증산 전쟁,
코로나19발 수요 감소 등 직격탄을 한꺼번에 맞고
회생 불가 상태에 놓였습니다.
초대형 셰일가스·오일업체인 옥시덴탈 역시 핵심 경영진인 오스카 브라운 수석부사장이 물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습니다.
지난해 380억 달러를 들여 동종 업체인 아나다코를 인수했지만,
결과적으로 재무구조를 취약하게 만들어 옥시덴탈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물러나게 됐습니다.
미국 셰일가스·오일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유지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원가를 이겨내고 꾸준히 성장해왔는데요.
셰일가스 및 오일은 유정을 시추한 뒤 천공·파쇄·수처리 등의 복잡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전통 석유산업과 비교해 막대한 생산비용이 투입됩니다.
셰일오일의 평균 생산원가는 배럴당 40달러 전후입니다.
현재 20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국제유가에서는
셰일가스·오일업체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도산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폴 생키 미즈호증권 이사는 코로나19 사태와 러·사우디 간 증산 경쟁으로
미국 내 원유 생산업체 6000곳 중 70%가
파산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셰일 혁명’이 만들어준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라는 위상도 흔들리기 시작했는데요.
미국은 2018년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1위 산유국으로 부상한 뒤 중동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를 꾀해왔습니다.
더 이상 중동에 연연하지 않고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 아프가니스탄 종전 협상 타결 결정 등을 내렸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이번 기회에 미 셰일산업을 무너뜨리기 위해 더 격렬하게 증산 전쟁에 임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셰일산업의 위기는 특정 산업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미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4년 사이 만기가 돌아오는 북미지역 에너지 기업의 부채는 총 860억 달러(약 106조7000억 원)에 이르는데
셰일가스·오일업체들의 연쇄 파산은 이들에게 투자한 주요 은행의 부도 위기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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