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행렬이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는데도 신용거래(증권사로부터 대출 받아 투자하는 것)는 오히려 늘었고, 삼성전자 와 SK하이닉스에만 약 1조원에 가까운 대출금이 투자됐는데요.
지금을 바닥으로 보고 빚까지 내서 '풀매수'한 셈인데, 주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개인 투자자의 신용거래 융자잔고는 10조134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0조5436억원까지 불어났던 융자잔고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지난 4일 9조9411억원까지 줄었으나 최근 다시 증가 추세입니다.
신용거래란 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주가가 오를 경우 자기 자본으로만 투자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나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이 더 커지는데,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담보로 잡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진행되면서 예기치 못한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통상 신용거래는 주가가 오를 때 늘고 떨어질 때 감소하는 경향이 있으나 주가가 오를 때는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융자를 많이 받고, 떨어질 때는 반대매매로 인해 자동으로 감소하는데요.
실제로 최근 2년 간 주가가 급락했던 2번의 시기에서 신용거래는 모두 감소했습니다.
'검은 10월'로 불렸던 2018년 10월 한 달 동안 코스피는 13.4% 하락했고, 이 기간 융자잔고는 11조8103억원에서 9조3650원으로 20% 급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코스피는 올해 고점이었던 1월20일보다 약 20% 하락했는데, 융자잔고는 오히려 이때보다 3000억원(3%) 가량 늘어났습니다.
특히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신용거래가 집중됐습니다.
지난 11일 삼성전자의 융자잔고는 535만주로 올해 초 209만주보다 2.5배 늘었으며 코스피 하락이 본격화한 지난달 24일부터는 80%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신규 융자는 6122억원 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융자잔고가 올해 초 49만주에서 지난 11일 148만주로 3배 가량 급증했는데 최근 2주 동안에만 2배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이 기간 SK하이닉스의 신규 융자도 31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2주 동안 개인이 대출받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산 규모가 약 1조원입니다.
이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개인만 매수세를 이어가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데
이달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조2335억원, 7327억억원 순매도한 와중에 개인은 5조6388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투자의 원인은
개인 투자자들은 현재 급락이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곧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기 때문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보고 지금이 저점 매수 타이밍으로 판단한 것인데요.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가 언제, 어디까지 확산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고, 실물경기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 '바닥'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과도한 신용거래는 주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반대매매로 인한 추가 하락 충격을 불러올 수 있어 주식 시장에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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